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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일상 일기 /영화 한편 , 책 한권

사르트르 '타인은 지옥이다' 를 외친 '닫힌방'

요즘 사르트르 철학에 빠져있다. 교육학개론을 배우고 있는데 교수님이 사르트르를 잠시 언급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유튜브에서 사르트르를 검색했고 그분의 철학에 반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아의 초월성'과 '닫힌방'을 읽었다. 사실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존재와 무'에 나오는 개념이었지만

유튜브나 네이버 서치를 자주 하기도 했고 지금은 읽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그 철학을 가장 잘 녹여놓았다는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을 먼저 읽었다. 

 

닫힌 방의 설정이 참 흥미롭다.  '닫힌 방'에서는 급사라는 인물을 통해 세 사람이 어느 방으로 안내되고 이 세명의 고백과 갈등을 통해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다. 가르생은 극의 마지막에 <아 정말 웃기는 군. 석쇠도 필요 없어,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라는 말을 남긴다. 즉 지옥에서는 타인의 시선이 형벌 도구이다. 

 

그러면서 타인의 시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르트르의 생각이 잘 담겨 있다. 극 중 인물들 설정이 재미있다. 첫 번째 인물 가르생. 가르생은 반전운동 신문을 만들던 사람이다. 영웅인 척하다가 감옥에 갇히고 탈영하다가 체포되어 총살당한다. 두 번째 인물 이네스. 여성 동성애자이다. 애인의 남편을 자살로 몰아가고 가스사고로 죽었다. 세 번째 인물은 에스텔인데 애인과 불륜으로 생긴 아이를 살해하고 폐렴으로 사망했다. 인물 소개로 짐작했다시피 세 명 모두 죽은 후 어떤 방에 갇히게 된다. 사르트르는 이 극을 통해 타인과의 공존이 어떻게 지옥이 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마음에 남는 대사는 대부분 이네스에게서 나왔다. 가장 '지옥 같은 타인의 시선'을 대변했기 때문이 아닐까?

 

<닫힌 방>

이네스 : 어때? 거울이 거짓말하기 시작한다면? 아니면 내가 눈을 감아버리고, 널 쳐다봐 주지 않는다면, 이 예쁜 얼굴로 대체 뭘 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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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생 : 왜냐하면 난, 상처를 잘 안 받는 사람이거든 

이네스 : 두고 볼 일이죠. 내가 그녀 속으로 스르르 들어가서 그녀가 내 눈을 통해 그를 봤어요. 결국 그녀는 내 품에 남게 되었죠.

이네스 : 하지만 나는 못됐어요. 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들의 고통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불씨. 사람들 마음속의 불씨. 나 혼자일 때, 난 꺼져있어요. 여섯 달 동안 나는 그녀의 가슴속에서 활활 타올랐죠. 내가 전부 태워버렸어요. 

 

이네스 : 더 이상 아니지. 그리고 땅 위엔 이제 네 것이 아무것도 없어. 너에게 속하는 건 모두 여기 있으니까 

 

 

<악마와 선한 신> 

 

괴츠 : 가라! 저이한테서 그 싸구려 물건을 사줘. 그는 네가 다시 죄를 지을 수 있는 권리를 2 에퀴에 팔겠지만, 신께서는 그 거래를 승인하지 않으실 거다! 넌 지옥으로 직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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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선한 신은 괴츠라는 인간이 악마였다가 신과의 내기로 선을 행했다가 마지막에는 인간과 함께 하게 된다. 선과 악에 대한 관념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관계를 통해 보여주는데 참 자연스러우면서도 변덕스러운 것이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닫힌방이 재미있었다. 요즘 내가 관심 있는 즉자 존재, 대자 존재, 대타 존재에 대한 철학이 가장 잘 녹아들어 간 책이라 그런 것 같다.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된 내용이지만 인물들 속에 보부아르와의 관계도 녹아있다고 한다. 그것을 통해 다시 한번 닫힌방의 내용을 생각해내니 또 새로웠다. 

 

언젠가 닫힌 방의 핵심이 되는  <존재와 무>를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